2007년에 읽었던 책인데 얼마 전 아이티 지진참사 소식을 들으며 이 책이 다시금 떠오르네요
블랙 자코뱅 : 투생 루베르튀르와 아이티혁명
C.L.R. 제임스 저/우태정 역 | 필맥 | 원제 : The Black Jacobins | 2007년 1월
포카혼타스 모습이 새겨진 디즈니 티셔츠 한 장 가격은 그 티셔츠에 바늘땀을 넣은 아이티 노동자가 시간당 375벌을 만들어 내며 일주일 내내 일해야 받을 수 있는 가격과 같다. 아이티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노예제도를 폐지한 나라다. 수많은 죽음을 대가로 한 위대한 업적을 이루고 200년이 지난 오늘날 아이티는 임금노예제도로 신음한다.
- <거꾸로 된 세상의 학교>, 에두아르노 갈레아노
제임스의 책 <블랙 자코뱅>은 세계 최초로 수립된 흑인공화국, 아이티 혁명의 과정과 혁명의 지도자인 투생 루베르튀르를 조명한 책입니다. 당시 산도밍고라 불리운 히스파니올라 섬 (현재는 아이티와 도미니카 공화국이 위치)은 '앤틸리스의 진주'라 불리던 프랑스의 식민지 경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곳이었습니다.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저자는 아이티 혁명이 프랑스 혁명과 밀접한 상호관계 속에서 전개되었다고 서술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혁명으로 본국 프랑스에서 고조된 자유와 평등의 기운은 식민지 산도밍고의 흑인 노예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되고 흑인 노예들은 봉기를 통해 자유를 쟁취하게 됩니다.
반란노예들을 이끌고 세계에서 유일하게 성공한 노예혁명이라 평가받고,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서 전개된 해방운동의 도화선이 되었던 아이티 혁명을 이끌었던 혁명지도자가 바로 투생 루베르튀르입니다. 투생은 뛰어난 통솔력과 판단력으로 프랑스군, 영국군, 스페인군의 공격을 물리치고, 혁명적 기운이 사그라둔 후 노예제 복원을 시도한 해상부르주아지를 비롯한 국내 식민주의자와의 투쟁에서 승리하며 아이티 혁명을 승리로 이끌게 됩니다.
하지만 투생은 혁명으로 성립된 프랑스 공화국의 자유와 평등의 정신을 지키려는 기대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아이티를 문명국가로 발전시키기 위해 프랑스와 우호적인 관계를 지켜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노예제의 굴레로 다시는 돌아가지 않으려는 대다수 민중들의 뜻과는 다르게 나폴레옹이 파견한 원정대와의 전투를 망설이는 오류를 범하게 되고, 결국 투생은 원정대와의 강화 후 프랑스로 압송되었고, 후계자인 데살린에 의해 아이티는 독립을 맞이하게 됩니다.
저자인 제임스는 아프리카를 염두에 두고 이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서인도제도 사람들의 뿌리는 아프리카이며 아프리카인으로서의 자각을 스스로 가질 때에만 비로소 독립적인 국민으로 설 수 있다고 보았던 것입니다.
더불어 저자는 부두교와 흑마술, 흑인공화국 수립 이후 몰락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뒤발리에의 독재 등 자치능력이 없는 흑인 등 아이티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 대해 반박하며 첫번째 노예혁명을 성공으로 이끈 아이티 국민들의 잠재력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습니다.
저자 소개 (YES24)
범 아프리카주의 운동을 이끈 정치지도자로서 아프리카 독립운동을 지원하고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1901년 아메리카의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성장했다. 1932년에 런던으로 이주한 후 마르크시스트가 되어 정치활동을 했고, 특히 트로츠키주의에 동조했다. J. 케냐타, J. 은크루마 등 아프리카 식민지 해방운동 지도자들을 육성하고 지원하던 단체인 국제아프리카서비스사무국에서일하기도 했다.
1938년 미국으로 이주한 뒤에는 흑인운동이 사회주의혁명에서 갖는 의미와 역할을 이론화했다. 1960년대 범아프리카주의 운동이 확산되고 카리브 지역에서는 각 섬들의 독립운동이 활발해지자 제임스는 트리니다드로 가서 서인도제도연합의 결성을 위해 매진하는 한편 이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을 찾기 위한 작업도 활발히 전개했다. 1962년 결국 서인도제도연합이 무산되자 런던으로 돌아가 말년을 보냈다. 그는 『블랙 자코뱅』 외에도 『세계혁명』, 『미국의 흑인문제에 대한 혁명적 회고』 등의 탁월한 저서들을 많이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