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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뚜벅 도보여행/이곳저곳 둘레길

제주 올레길 1코스, 종달리에서 광치기 해변까지

올레길 1코스 걷기,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두 개의 오름을 만나게 됩니다.

말미오름과 알오름에 대한 포스팅은 아래 링크를 보시면 됩니다.

https://uung1.tistory.com/541

 

 

두 개의 오름을 지나면 종달리 마을로 길이 이어집니다. 마을로 접어들면 카페와 식당들이 있어서 잠시 쉬어가거나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마을로 들어와 조금만 걸으면 멋진 나무 뒤편으로 종달리 소금밭이 펼쳐집니다. 물론 지금은 소금을 생산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옛 종달리 사람들이 척박한 땅에 농사를 지을 수 없어 소금을 만들던 밭. 소금이 귀하던 시절, 이 곳에서 가마솥에 끓여 만들어진 소금은 종달리 아낙들에 의해 제주 전역으로 팔려나갔다.
출처 : 올레길 안내판

 

바닷가가 아닌 밭에서 가마솥에 바닷물을 끓여서 소금을 만들었다니 조금 생소한데요. 종달리는 오래 전부터 소금 생산지로 유명했고 갯벌-염전-논-갈대밭으로 변화해왔다고 합니다. 

 

 

소금밭 옆에 체험시설이 있는데요. 제가 방문했을 때는 문이 닫혀 있어서 건물 앞에 세워진 안내판만 읽어보고 계속 걸었습니다.

 

제주 최초의 염전

종달염전은 제주 염전의 효시인 동시에 소금생산의 주산지였다. 제주도의 염전은 16세기 이후 형성된 것으로 보이며, 신증동국여지승람(1531) 제주목 토산조에 소금이 토산물로 기재되어 있고 남사록(1602)에 '조선 중엽 1573년 강려 목사가 종달리 해안 모래판을 염전 적지로 지목하고, 이 마을 유지를 육지부로 파견하여 제염술을 전수케하여 제염을 장려한 것이 제주 제염의 효시'라고 적혀 있다. 
아울러 남환박물(1702)에서도 이형상 제주목사가 철 4,000근으로 철부 3개를 제작하여 제주에 두 가마, 대정에 한 가마를 주어 소금을 만들게 하였다는 기록이 보인다. 이후 하도리와 성산읍 시흥리 염전도 생겨났다고 전하고 있으며 종달 천연염에서 생산한 소금은 조정에 진상은 물론 전라도 지역까지 보내졌을 정도로 품질이 뛰어났다고 한다.

김영돈의 제주도 민요연구上(1981)에는 '종달리의 큰 애기덜은 소금 장시 제격이여'의 민요와 전성기의 남국의 민속(1981)에는 '종달리 암쇠 가름 돌 듯, 영등돌 초하루부터 사흘간 불민 종달잇 사름덜 남갈래죽 죄영 춤춘다.'라는 속담에서 선민들의 부지런함과 그 때의 상황을 잘 알 수 있다. 모래를 이용한 소금밭, 종달염전제주에서는 '소금하면 종달, 종달하면 소금'이라는 등식이 성립되어 한 때는 종달리민을 가리켜, 소금바치(소금밤+이, 소금밭 사람) 또는 소금쟁이라 불려지기도 했다. 1900년대초 종달리 마을 353호 가운데 160명이 소금 생산에 종사했고, 소금을 생산하는 가마도 46개나 있었다고 한다. 염전지는 현재 종달 동(東)동의 논밭이다.
종달 염전은 해방 후부터 육지부 천일염이 대량으로 들어오면서 수지를 맞추지 못해 자취를 감추게 된다. 이에 따라 지금은 염전지가 수답으로 바뀌었으며, 염전 터를 수답으로 바꾸는 공사는 1957년부터 시작되어 1969년에야 32ha의 옥토가 만들어졌다. 이 사업은 제주의 간척지 사업으로 성공된 첫 사례이며, 현장에는 당시 도지사 구자춘과 북제주군수 김인화에 대한 공덕비가 세워져 있다. 
마을길에 있는 공덕비에는 "바닷물 밀려들던 옛날 갯벌이 황금빛 물결치는 옥답이 되어 풍년송 하는 높이 울려퍼지니 높으신 그 은덕의 보람이어라. 이 기쁨 잊지 않고 언제까지나 자손만대 길이길이 간직하리라. 여기 버려졌던 넒은 갯벌에 영글을 벼이삭이 넘실거리고 보람찬 새 희망의 꿈을 이루니 높으신 그 은 덕의 보람이어라. 이 희망 길이길이 언제까지나 자손과 더불어 간직하리라."라고 새겨져 있다.

갯벌-염전-논-갈대밭으로 변해온 종달리 염전터의 변화는 제주도 1차 산업의 변화를 상징한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듯 하다. 

출처 : 종달리 소금밭 체험시설 안내판

 

 

마을을 벗어나면 제주도 해안도로 중에서 가장 길고 아름답기로 손 꼽힌다는 종달~시흥 해안도로로 접어들게 됩니다. 왼편으로 탁 트인 바다풍경과 계속 마주하는 길이 성산일출봉 못미쳐 성산갑문까지 이어집니다. 5월이라 뜨겁지 않은 바닷바람을 상쾌하게 맞으며 걸을 수 있었습니다.

 

해안도로를 따라 15분 남짓 걸으면 목화휴게소가 나타납니다. 오는 동안 도로 옆으로 오징어들이 쭉 걸려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바로 이 곳에서 구워서 팔고 있었습니다. 포장을 할 수도 있고, 테이블에서 맥주와 함께 먹을 수도 있습니다. 바다를 보며 준치와 맥주 한 캔을 곁들이면 딱 좋습니다. 중간 스탬프가 비치되어 있기도 하구요, 여러모로 쉬어갈만한 곳입니다ㅎ

 

나혼자산다 장도연이 다녀간 후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는데요. 평일에 갔는데도 가게 앞 테이블은 거의 가득 찼고 두 분이 쉼없이 오징어를 굽고 계시더라구요. 준치(반건조오징어) 한 마리가 7,000원이었던 걸로 기억하구요. 카드결제는 안 되고 현금과 계좌이체만 가능하니 참고하세요.

 

 


가게에는 강아지도 한 마리 서식하고 있습니다. 손님들이 주는대로 넙죽넙죽 받아먹지는 않는, 기품(?)있는 강아지였어요ㅋㅋ

 

올레길 1코스 쉬어가기 좋은 포인트, 목화휴게소

 

목화휴게소를 뒤로 하고 10여 분 정도 걸으면 시흥 해녀의집이 보입니다. 점심을 시흥 해녀의집에서 먹는 일정으로 잡았으니 목화휴게소 준치와 맥주는 자연스럽게 에피타이저가 되었네요

 

 

시흥 해녀의집에서는 조개죽과 오분작죽, 전복죽 등을 맛볼 수 있는데요. 해녀들이 직접 채취한 싱싱한 조개로 요리한다는 조개죽을 시켰습니다. 오분작죽은 2인 이상 주문이 가능하고 소라와 해삼, 문어도 접시로 팔고 있습니다. 막걸리도 함께 팔고 있어서 해산물과 막걸리 한 잔을 하고 싶은 생각도 살짝 들었으나 좀 전에 맥주와 준치를 먹고 온 관계로 패스했습니다ㅎ

 

 

 

밑반찬도 깔끔하고 조개가 듬뿍 들어있는 조개죽은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습니다. 아침식사로도 좋은 선택일 것 같아요. 다음엔 오게 된다면 나혼자산다 박나래가 먹었다는 오분작죽을 먹어보고 싶네요~

 

든든하게 점심을 먹고 다시 출발합니다. 제주 곳곳에서 연대라는 이름이 붙은 구조물을 만날 수 있는데요. 1코스에도 오소포 연대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봉수대가 산 정상에 설치돼 횃불과 연기로 소식을 전하는 역할을 했다면 같은 역할을 하면서 주로 해변이나 구릉에 설치된 시설을 연대라고 부른다고 하네요

 

 


이제 성산갑문까지는 평화롭게 풀을 뜯는 말들도 만나고 평탄한 길과 평온한 풍경이 이어집니다.  

 

 

 

성산갑문을 지나면 성산항을 거쳐 성산 일출봉에 다다르게 됩니다. 제주 동쪽의 대표적인 관광지 중 하나인 성산 일출봉은 언제봐도 웅장하고 멋진 모습인데요. 이 날은 올레길 1코스 완주가 목표여서 일출봉에 올라가지는 않고 다양한 각도에서 사진에 담아봤습니다.

 

 

 

 

 

제주에는 여러 곳에서 일제강점기 시절, 진지동굴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1945년 초, 일본군이 연합군의 공격에 대비해 제주도를 일본 본토 사수를 위한 전초기지로 활용하려는 계획의 일환으로 만들어졌고 성산 일출봉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평화의 섬 제주, 아름다운 일출봉에 남겨진 동굴진지의 모습을 보면서 평화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볼 수 있었습니다.   

 

 

 

 

제주 일출봉 해안 일제 동굴진지

제주 일출봉 해안 일제 동굴진지는 제주도민들보다는 다른 지방 주민들, 특히 전남의 광산 노동자를 동원하여 구축한 곳이다. 이 시설물에는 일(一)자형 동굴진지 15곳과 벙커형 동굴진지 2곳, 왕(王)자형 동굴진지 1곳이 있다. 이 가운데 일자형 동굴진지는 길이가 약 30cm로 연합군 함대를 향해 자살 폭파 공격을 하기 위하여 만든 특공 병기를 보관하던 곳이다. 일본은 제주에 특공 기지 5곳을 건설하였는데 이 시설부대와 주둔부대 등에 대한 기록이 분명하게 남아 있어 일본군이 우리나라에 주둔했던 실상과 우리나라를 침략하고자 했던 야욕을 생생히 확인할 수 있다. 
 

출처 : 일출봉 안내판


성산 일출봉을 지나면 바다풍경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광치기 해변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펄펄 끓는 용암이 바다와 만나 빠르게 굳어지며 형성된 지질구조가 비경을 선사하는 광치기 해변은 올레길 1코스가 끝나고 2코스가 시작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아름다운 광치기 해변을 바라보며 15.1km, 5시간 여의 여정을 마무리 했습니다